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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패 향기 짙은 제2의 고향

 

1985년 겨울 자명 스님의 소개로 당시 고려대학교에 재직하고 있었던 김용옥 교수와 함께 쌍계사 국사암을 방문하였다. 작품을 쓰기 위해 소개받은 국사암은 신라 진감 선사께서 830년 당으로부터 귀국하여 이곳에 터를 잡고 옥천사(쌍계사)를 창건하고 범패를 가르친 곳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자명 스님은 작곡을 하는 나에게 특별히 국사암을 소개한 것이다.

진감 선사께서 쌍계의 맑은 물에 노니는 은어를 보고 범패 가락을 창안하였다는 전설이 전하는 이곳 쌍계사의 계곡에는 지금도 시내물소리와 함께 범패의 향기를 느낄 수가 있다.

 

쌍계사 대웅전을 끼고 뒤쪽으로 700M정도 오르면 두 갈래의 오솔길을 만나게 되는데 우측은 불일폭포 가는 길이고 좌측은 국사암 가는 길이다. 국사암 쪽으로 접어들면 천년을 넘게 국사암을 지켜온 사천왕수가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그 아래 아늑하고 조그만 대웅전 안에는 작고 예쁜 부처님이 미소를 짓고 있다.

 

교성곡 ‘붓다’가 이 어여쁜 부처님의 원력으로 법당 뒷방에서 작곡되었고, 88올림픽 개막식을 비롯하여 무용극 이차돈과 많은 불교음악이 이 곳에서 작곡되었다. 김용옥 교수는 오랜 기간을 이 방에서 머물며 친구인 내가 보고싶다고 ‘이땅에 살자구나’라는 명제의 편지를 보내왔는데 나는 그 시에 곡을 붙여 중앙국악관현악단 창단 연주회 때 송창식 에게 부르도록 하였고 김용옥은 시집으로 출판하였다.

 

국사암과 나와의 인연은 곧 불교음악의 실연으로 이어졌다. 진감선사의 뜻을 되살리는 현장 불교음악제가 개최된 것이다.